아버지 전설

아버지는 늘 나의 포악(?)한 성격을 걱정하신다.

내가 겉보기엔 조용조용 무던한 성격으로 비추어 지는데 반해, 애가 한번 꼭지가 돌면 겉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폭발해서 그것이 늘 걱정이라 하신다.

그래도 나의 그런 모습들이 사리사욕 보단 나름 불의를 참지 못해 하는 것으로 보여 뭐라 질책할 수는 없지만, 행여나 그러한 일들로 남의 눈에 날까 걱정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아래 에피소드들은 부모님(및 기타 주변 분들)께 전해들은 아버지 전설

(재미를 위해 약간 과장된 말투를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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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선생님 초임 시절, 1960년대, 아버지 약 20-22세 때로 추정

배경설명 : 도 장학사 방문으로 학교는 매우 분주한 분위기, 도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모든 선생들은 정장을 차려입으라고 지령이 내려옴. 그러나 아버지는 가난 때문에 정장이란건 제대로 본적도 없는 데다가, 제대로 갖춰 입을 돈도 없었음. 그냥 늘 입던 대로 구두, 정장 면바지, 자킷에 허름한 목티 걸치고 출근

아버지 : (출근 완료)
교육청 관계자 : 어이, 일루와봐. 정장 입고 오란 말 못들었냐?
아버지 : 어라? 이거 정장 아닌가요?
교육청 관계자 : 셔츠랑 타이는?
아버지 : 아, 돈이 없어서 사입기가 힘들어요.
교육청 관계자 : 나가!
아버지 : 네. (정말 나감)
교육청 관계자 : (쫒아오며) 나가란다고 진짜 나가?
아버지 : 나가라매요?
교육청 관계자 : (부들부들…)

에피소드 2, 에피소드 1 이후 얼마 후

배경설명 : 에피소드 1 교육청 관계자 학교 다시 방문, 선생님들과 담화 자리

교육청 관계자 : XXX 출신들은 다들 명문이고 똑똑한 사람들 이라고 들었는데, 간혹 정장도 제대로 못 입고 목티나 입고와서 출신 명성 까먹는 사람들이 꼭 있어 안타깝습니다.
아버지 : (부들부들…)

담화 끝난 후

아버지 : (교육청 관계자 따라감) 저기요.
교육청 관계자 : 응?
아버지 : 꼭 그렇게 사람을 대놓고 까야 속이 시원해요?
교육청 관계자 : 내가 뭘?!?
아버지 : 아까 그게 나한테 한말이잖아요.
교육청 관계자 : (부들부들…)

에피소드 3, 군인 시절

몇개월 차이 나는 고참이 맨날 이유없이 괴롭힘. 괜한 잔심부름 시키고 갈구고 귀찮게 굴어댐.
어느날 짜증나서 확 밀쳐 넘어뜨리고 화내고 나감.
사고쳤다 하고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고참 당사자는 창피해서인지 어이가 없어서인지 별 일 없이 넘어갔다고 함.

에피소드 4, 어머니와 같은 학교 근무하며 연애하던 시절, 1960년 후반 즈음

교장 선생님이랑 하루라도 안 싸우는 날이 없음.
조금만 부당한 지시가 있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대판 싸움.
그래도 유일하게 부당함에 항거하는 선생님이어서 여선생님들이 뒤에서 몰래 박수 쳐주고 인기 많았다고…(어머니 증언?)

에피소드 5, 에피소드 4랑 같은 시절

당시 학부형과 선생님 사이에 촌지 주고 받는 일이 의례적으로 있었던듯
어떤 학부형께서 아버지께 촌지를 슬적 건네고 감. 이게 좀 못마땅 하심

아버지 : 이게 뭐에요? 가져가세요.

하지만 학부형은 그냥 놓고 감(아마 예의상 거절한거라고 생각하신듯?)
몇번 다시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자

촌지는 다음날 주인 없는 물건으로 교무실 벽에 걸려있었다고……

몇개가 더 있긴 한데, 그건 농도도 너무 강하고 얽힌 사람도 많아서 인터넷으론 못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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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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