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리회사, SK Planet은 반바지와 슬리퍼 출근이 허용된다.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6년을 지내온 나에게는 감히 생각 못할 복장이다.
올해 초에 이직한 SK Planet도 근본은 대기업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사 첫날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가 여기저기 핀잔(?) 세례를 받고 나서야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출근할 용기가 생긴 옹졸한 나 자신이다.
그러다가 지난주 갑작스레 결심(?)을 했다.
나도 이제 슬리퍼에 반바지 출근할거야!
갑작스레 이렇게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연이은 장마와 푹푹 찌는 더위로 땀에 진창된 청바지와 양말, 그리고 비라도 오면 축축하게 젖는 신발의 불편함을 도저히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마음먹은 기왕에 마음 약해지기 전에 얼른 반바지와 슬리퍼를 사기로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여기저기 휘휘 돌아다니던 중 홈플러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반바지 두벌을 샀고 가든파이브에서 마음에 드는 조리를 발견! 냉큼 사버렸다. 때마침 조리는 한정 기한 반값 할인 제품이었다. 운도 좋다. 개인적으로 신발은 무조건 좋은걸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조리를 살때는 반바지 살때 보다 시간과 돈을 좀더 많이 썼다.
— 잠시 스크롤 내리기 전에 혐짤 주의! —
– 새로 산 조리, bearpaw 제품, 다리털 테러는 죄송, 반바지는 그냥 평범한 스판 반바지니까 생략! (사진 찍기도 귀찮고…) –
그렇게 지난 한주동안 반바지와 조리를 신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내린 결론은
이건, 신세계다!
편해도 너무 편했다. 출근 동안 땀에 쩔어 걸치덕 대는 청바지와 갑갑한 양말과의 싸움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고, 출근 한 후에도 땀이 다 마를때까지 갑갑한 열기를 뿜어내는 양말의 찜찜함을 더이상 참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맬발의 상쾌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몸이 편했고 무엇보다 발이 정말 상쾌했다. 몸이 편하고 발도 편하니 자연스레 기분도 좋아지고, 평소의 업무 스트레스도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일도 손에 잘 잡히고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
단순한 논리이긴 한데, 어차피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 평생 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부정 할 수 는 없다. 부처님, 예수님 처럼 평상 고행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팀 사람들이 모내기 하다 왔냐고 놀린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