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자!

엑셀로 작업하던 가계부를 구글 독스로 옮긴 기념, 지난 8년간의 가계부 인생을 정리해볼겸 남겨보는 포스팅

2007년 서울로 상경한 이후로 쭈욱 가계부를 써온지 만 8년이 다 되어간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건 매일 10분, 바쁘다면 주말에 30분 정도 투자하여 가계부 정리하는 습관은 우리같은 월급쟁이의 가정경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규모나 성과로 따지고 보면 가계부를 쓰면서 절약되거나 벌어들이는(벌어들이는게 맞나?) 돈이 그렇게 엄청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같은 월급쟁이들은 반드시 가계부를 써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직장인이 (사실 직장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유다) 가계부를 써야하는 첫번째 이유는 990원과 1000원은 엄연히 다른 돈이기 때문이다. 단돈 1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990원으로는 1000원짜리 사발면을 사먹을 수 없다. 웃기다고? 이건 심각한 문제다! 10원 우습게 봤다가는 그 10원때문에 당장 필요한걸 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두번째 이유는 주기적인 결산을 통해 내 재정상태를 잘 알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있도록 습관 들이기 위해서이다. 특히 카드 같이 당장 얼마가 지출되었는지 잘 확인이 되지 않는 지출 수단들은 평소 신경써두지 않으면 통제가 정말 힘들다. 통장에 얼마가 남았는지, 재정이 얼마나 위기인지 모르면 사람이란 욕망의 생물은 그냥 지르기 마련이다. 가계부는 나에게는 일종의 자기 통제 수단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계부를 적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계부 적는것 자체보다는 내 재정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생활 수준을 조절하여 이리저리 새는 돈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내 기준의 목적이다.) 따라서 제대로 가계부 정리를 하라면 몇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장기적 재정 목표 및 소비 원칙 세우기
2007년에 서울에 올라오면서 세운 첫번째 재정목표는 ‘1억 만들기’ 였다. 아마 그 생각을 하면서 가계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던거 같다. (두번째 목표 내집 마련은 진행중…) 첫 직장의 연봉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 적당히 조절만 잘하면 5년 안에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목표였다. 그리고 목표에 맞춰 지름의 원칙을 세웠다. ( 지름의 원칙 : http://abh0518.net/tok/?p=379 ) 실시간으로 사용량 측정이 어려운 카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았고,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체크 하나로 결재를 몰빵하는 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징하네) 할인율이 좀 아쉽기도 하지만, 이카드 저카드 나눠 쓰다가 금액 취합이 잘 안되어 헷갈리는거보단 할인율 약간 포기하는것도 나쁘지 않은듯 한 결정이었다.

2. 템플릿 만들고 월별 재정 계획 세우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템플릿이다. 군대에서 군수 행정하면서 경험했던 결산표를 기준으로 다시 만들어서 사용했었다.
가계부_Template - Google 스프레드시트 2014-12-26 16-22-33템플릿이 완성 되었으면 먼저 ‘지출 예산’ 항목에 그달 지출 계획을 잡아야한다. 여기서 생활 수준과 저축 양, 남는 돈이 결정된다. 가장 큰 변수인 개인 용돈을 나는 월 60만원 정도로 잡았었는데 평일 하루 식비(20일*15,000) + 주말여가비(30만원) 정도로 계산했다. 2007년도 기준이니 지금은 좀 손봐야 할거 같다. 그리고 이 비용은 솔로 시절 기준이다. 여친이 있다면 20만원 정도 더 얹어야 한다. 그리고 관리비, 생활비(공과금 뭐 이런거…), 보험, 통신비 같은 항목들은 사실 거의 고정 지출이지만 미리 예산안으로 짜 놓는게 매월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인지 가늠해보기 좋다. 중요한건 예산안을 통해 내가 한달에 얼마나 쓰는지를 파악하고 어느 부분에서 다음달 지출을 줄일지 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추가로 저축도 지출로 잡아야한다. 저축으로 들어간 돈은 내 돈이 아니다!

3. 매일(혹은 매주) 적고
가계부_Template - Google Sheets 2014-12-26 16-36-34(참고로 이건 샘플이다. 내 진짜 소비 패턴은 아니다.)
월 예산을 다 짰으면 꼬박꼬박 잘 적는게 중요하다. 수입란에는 월급같이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적고 지출에는 지출 항목에 맞춰 얼마나 썼는지를 일별로 잘 기록해야한다. 카드 지출은 따로 분류하여 관리하였는데 당장 통장에서 빠지는 돈이 아니니 나중에 빠질 돈으로 나누어 계산하는게 헷갈리지 않고 재정을 탄력적으로 관리하기가 편해서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카드로 얼마나 썼는지를 한눈에 볼수 있어 스스로 경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각 셀에 코멘트 기능으로 수입/지출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적으면 월별 회고할때 좋다.

4. 일/주/월 결산 및 반성하기
가계부_Template - Google Sheets 2014-12-26 16-46-51
템플릿 맨 아래에는 위와 같은 항목이 있는데, 총 수입/지출/지출예상을 합산하여 다음달에 얼마나 남겨먹을 예정인지 계산하는 항목이다. 샘플에서는 30일까지 소비가 진행이 된 상태인데 예산 기반으로 소비가 진행되면 차월에는 5,350,000원이 통장에 남을 예정이고 카드 미정산을 반영하면 5,245,000원이 남고 이는 전달 대비(전달에는 2,300,000원이 남았다)  2,945,000원을 더 벌어들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현재 금액 상태를 보면 기타항목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되었기 때문에 금번달은 예산안대로 지출이 진행되기는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즉, 남은 25일 간에는 용돈을 좀 아껴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도 예상되는 수익이 294만원 이나 되니 한달 좀 풍족하게 살것인지 이미 하고 있는 저축에 돈을 더 넣어서 미래를 대비할지는 내가 결정하면 된다. 나같은 경우는 첫번째 재정 목표를 위해 남는 돈은 죄다 저축으로 몰빵했다. 그리고 샘플의 경우는 수입 항목에서 월급 외 보너스가 300만원이 더 잡혔기 때문에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 냉정하게 따지면 평소에는 보너스가 나오지 않으니 2013년 11월은 손해본 달로 봐야한다. 결과적으로 이번달에는 추가 저축을 얼마 하고 얼마 정도를 더 혹은 덜 써서 다음달에 얼마를 남겨먹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총계 상황에 맞춰 생활 수준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통장에 항상 100만원 여윳돈 정도를 남겨놓는게 좀 생계를 유지하는데 수월하더라…… (너무 빡빡하게 하다가는 월급 전날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먹…… 적금을 깰수도 없고…… 어흐흐흐흑….)

5. 현금화 된 돈 처리 및 다른 자산 관리
개인 적인 경험으로는 출금 등으로 현금화 된 돈은 지출 된 것으로 따지는게 가계부 관리가 좀 수월하다. 현금화 된 돈까지 일일히 세기에는 영 시간대비 얻는게 적다. 그냥 가계부는 통장 금액을 기준으로 운영하는게 제일 편하다는게 개인적인 결론이다. 그리고 다른 자산(주식이나 적금 통장 등등)은 완전히 제외한 월 수입 대비 지출로 가계부를 운영을 하는게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고 소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던것 같다.

6. 재정관리의 최대 적, 할부
할부는 재정관리의 최대의 적이다. 할부 항목이 생기면 예산 관리 및 지출 예산 관리가 정말 힘들어진다. 그리고 한번 할부의 유혹에 빠지면 매월 쌓이는 할부 항목으로 지출 계획과 지출 예정 항목들이 골치아프게 꼬여들어가고 월급날마다 탈탈 탈려가는 통장을 한몸에 느낄 수 있다. 가계부 관리하면서 할부로 탈탈 털리는 탈력감을 한번 느껴보면 두번다시 할부를 하기 싫어진다. 가능하면 모든것은 체크카드 일시불로 처리하는게 좋다. 일시불로 사지 못할 거라면 안사는게 답이다. 할부는 가정경제의 최대 적이다. 그래서 난 자동차도 일시불 구매가 가능할 때까지 돈 모아서 샀다 . 일시불로 못사면 안사는거다. 차 없다고 죽는거 아니니까……

7. 빚 관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가계부를 운영하는 동안에 절대로 빚은 지지 않는다는 각오가 필요하긴 하다. 빚을 져야할거 같으면 방값을 좀 낮춰 이동하든가 뭐 그런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좋다.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아니라면 빚은 지지 않는 것이 최고인거 같다. 물론 이건 다행히 집에 빚이 없던 내 기준이다. 사람마다 처지는 다르니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항목은 아닌거 같다. 가능한한 빚은 지지 않도록 상황을 잘 만들어 가는게 중요한데 그게 뭐 내 뜻대로 되나! 혹, 빚을 지게 된다면 카드 지출처럼 빚 항목을 추가하여 빚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나 원급 상납 부분도 고정 지출로 잡아 관리해야한다.

가계부를 쓴다고 돈을 많이 벌거나 엄청나게 절약되는건 아니다. 자금 통제 잘 해서 15만원 쓸거 14만원 정도 쓰고 조금 더 아껴보자는게 가계부의 목적이다. 나는 그래도 운좋게 사회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가계부를 작성하며 재정 목표를 쉽게 달성한 것일지도 모른다. (역시 인생은 운빨이냐!) 하긴 뭐 운빨 따지면 가계부 자체를 작성할 필요도 없는 금수저도 있겠지만 그거 탓해봐야 내 속만 아프고 난 내 처지에 맞게 살면 되는거니까……

어쨋든 아직 완벽한 가정 재정 관리 전략은 아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집안 일과 누나와의 주거 문제가 꼬이면서 돈이 늘다가 줄다가 했던거 같다. 그래도 나름 이렇게 8년을 관리하니 어느정도 새는 돈은 막으면서 차도 사고 잘 버텼던거 같다.

아래는 구글 독스로 옮긴 가계부 템플릿 (쓸사람이 있으려나?)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Pw4G3oL-2WoqOu_mMWUekSqjCvYDu2_MvMIO8IAoDUM/edit#gid=1979406514

어색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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