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최강 무술 이야기

업무시간에 포스팅을 하고 있는 불량한 시츄에이션인데, 정확히는 오전에 찾아온 멘붕이 복구되고 있지 않아 멍때리고 있기보다는 뭐라도 하고  있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게 다 Cloud Foundry New Generation 때문이다! 추가 개발된 기능 Cloud Foundry 소스에 통합하려고 주말 내내 고민해왔더니 New Generation에서 소스가 다 변경되어서 쓸모 없게 되어버렸다. 나쁘다! 나뻐!

어쨋든, 뭘 쓸까 고민하다가 역시 무술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있는 주제는 실전 최강 무술 논쟁이 아닐까 한다.

일단 내용을 쓰기전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최강 무술 무용론 자다. 최강 무술을 정의하고 그것을 배우면 된다 라는 식의 생각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정점에 서 계신 많은 무술인들께서 대부분 이런 관점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에 역시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배달 선생님께서 “역시 싸움을 잘하려면 가라데를 배워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먼곳에 있는 도장 힘들게 다니지 말고 뭐든 상관 없으니 가까운 도장가서 자주자주 연습하라고 하셨다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MMA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고 실전 최강 무술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주짓수, 무에타이, 가라데를 기준으로 왜 실전 최강 무술 논쟁이 무용한지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주짓수는 일본의 유술에서 파생된 현대 격투기 이다. (유술의 브라질식 발음이 주짓수다.) 그리고 유술은 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쟁 중에 창도 부러지고 검도 무뎌질대로 무뎌진 최악의 상황에서 그래도 어떻게 좀 살아남아 갑옷을 입은 적을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발하게 된 무술이다. 갑옷을 입고 있어 타격이 무의미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래플링이라는 특이한 스타일은 개발되기 힘든 요소이다. 단단한 철갑옷을 입은 적을 더 큰 바스타드 스워드로 때려잡던 서양식 발상과는 확실히 다른 스타일이기도 하다. 물론 서양쪽도 레스링, 판크라치온같은 그래플링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총이 개발되면서 전장에서 큰 의미를 찾기 힘든 격투술이 되어버렸다.

어쨋든 갑옷을 입고 있는 적을 손으로 때려봤자 손만 아프고 힘만 빠지니 헛고생 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강한 허리나 다리힘으로 상대의 약한 팔과 무릅을 꺽거나 숨통을 조이는 방식으로 쉽게 공격해보자는 발상이 주짓수의 기본 철학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 방식의 우수성은 일본 내부의 수 많은 전쟁을 통해 증명된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쟁의 꽃은 역시 창과 칼인 덕분에 유술은 보조적인 수단일 수 밖에 없고 유술 자체는 전쟁에서 Major가 되진 못했다.  즉, 사무라이들이 출세를 위해 배워야 하는건 검술이지 유술이 아니었다. 유술이 아무리 효율이 좋고 실전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전장을 누비는 사무라이들에게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적을 제압하는데(전장이라면 적을 죽이거나 기절시키는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그래플링 스타일은 전장에서 메이저가 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상대방 잡고 바닥에 뒹굴고 있으면 밟혀 죽기 딱 좋기도 하다. 결국 목적이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이 아니라면 이거저거 배워야 할게 많은 그래플링보다는 빨리 익히고 후딱 후딱 적을 때려잡기 수월한 타격계가 전장에서는 더 효율적이다. 특히 힘쎈놈에게 가르칠수록 타격계의 효율은 극단적으로 올라간다. 정말 힘센 녀석은 무거운 철퇴만 빙빙 돌려도 된다. 유술처럼 관절의 구조나 힘의 방향 같은 골치아픈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유술은 좋은 무술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 크게 빛을 보기는 힘든 무술이었다. 어어느날 갑자기 MMA에 등장한 힉슨 그레이시와 호이슨 그레이시가 비리비리(?)한 몸으로 수많은 덩치들을 제압하기 전까지는 유술이나 주짓수, 레스링 같은 그래플링계열 무술들은 타격기를 보조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전쟁무기가 너무(?) 발달되어 대인 격투술들이 전장에서는 쓰이는 일이 줄어들고 스포츠 수단으로 상업화 되면서도 타격계가 최고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 주짓수 이전에 실전 최강이라고 불렸던 타격계의 꽃인 무에타이, 가라데로 관점을 바꿔보자.

무에타이야 무에타이를 절대적 생계수단이자 성공의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태국 선수들의 환경적 특성상 타격계에서는 절대적인 실전성을 보장하는 무술이다. 무에타이는 태국 무에타이 선수들의 목숨을 건 끊임없는 경쟁으로 타격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잘 발달해 왔고 발달하고 있는 무술이다. 무에타이는 내가 아는한 단 한번도 실전성에서 멀어져 본 적이 없는 무술이다. 이는 무에타이의 기술적 우수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끊임없는 스파링을 기본으로 하는 하는 무에타이의 특이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가라데는 그렇게 실전적인 무술은 아니었다. 가라데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분명 극진 가라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실전성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는 무술은 아니었다. 2차 대전에서 몸집이 자신들보다 두배정도는 커다란 서양인들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일본 군인들에게 유용하게 쓰인것은 가라데가 아니라 유술이다. 2차대전 미군의 전투 지침서에 일본애들은 체구는 작지만 요상한 잡기 기술을 쓰므로 맨손 격투상황에서는 가능한한 상의를 벗고 싸워우도록 가이드 했을 정도라고 한다. ( 오래전에 본 내용이라 당시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

그러한 가라데를 한번에 바꿔 버린 사람이 최배달 선생님이다. “지금의 가라데는 춤과 같다”라는 비판과 함께 도장 부수기로 극진 가라데의 실전성을 증명하면서 가라데는 새로운 실전 최강 무술로 각광 받기 시작한다. 거기에 맨손으로 소를 쓰러뜨리고 세계 맞짱(?)을 무패전승으로 마치며 가라데는 명실상부 실전 최강 무술로 인정 받게 된다.

당시 서양애들한테는 최배달 선생님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동양에서 온 이상한 남자의 기술은 요상하기 짝이 없다. 차돌처럼 단단한 주먹은 막아도 팔이 부러질정도로 아팠고  발차기는 생각도 못한 각도에서 날라와 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신체적 강함의 차이는 둘째 치고 서양 격투가들은 가라데라는 무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말그대로 신비의 동양 무술이었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가라데를 신비의 동양 무술로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관점이다. 서양 격투가들도 엄청난 트레이닝을 통해 신체적으로는 최배달 선생님의 능가하고도 남았을 테지만 경기하는 족족 나가 떨어졌다. 신체적으로 뛰어났지만 그들은 가라데의 희안한 공격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막아낼 방법도 없었다. 최배달 선생님이 워낙 강했던 면도 있었겠지만 서양인들의 가장 큰 패배요인은 가라데와 최배달 선생님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어느 누구도 최배달 선생님이 차돌을 깰정도로 단단한 주먹으로 상대 팔을 부러뜨릴 줄은 생각도 못했고 펀치와 킥의 교묘한 콤비네이션은 말그대로 신비한 동양의 무술이었다.

최근 실전성으로 가장 주목받는 주짓수도 마찬가지이다. 호이슨 그레이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래플링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플링은 그저 상대를 넘어뜨려 때리기 쉽게 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었다. 그래플러를 만났을때의 대비책도 그냥 안넘어지면 되는거지 라는 식이었다. 반면 무에타이와 가라데 같은 타격계는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무술이다. 누구도 더이상 무에타이와 가라데를 신비한 동양의 무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펀치, 로우킥, 브라질리언 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콤비네이션들은 이제 격투기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공격 방식이다. 즉, 옛날 서양인들이 최배달 선생님에게 당했던 상황들이 90년대 UFC에서 타격계 선수들이 호이슨 그레이시에게 당하는 형태로 다시 한번 반복된 것이다.

타격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주짓수 선수들은 타격계 공격에 다한 방어 기법들을 꼼꼼하게 연습해온데 반해 끈질기게 들러붙는 주짓수의 그래플링 기술에 대해 타격계 선수들이 아는것 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말그대로 잡히기만 하면 게임 끝이었다. 상대방과 함께 정신없이 바닥을 뒹굴다 보면 어느새 팔이 부러지거나 목이 졸려 항복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주짓수 선수는 한번의 실수로 핀치에 몰리더라도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반면 타격계 선수들은 한번의 실수로 넘어지고 나면 빠져 나갈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넘어져서 싸운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주짓수 선수들에게는 한번의 실수가 그리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타격계 선수에게는 한번의 실수는 곧 패배였다. 그렇게 호이슨 그레이스는 주짓수로 수많은 타격계 강자들을 누르고 UFC 챔피언이 되었다. (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1990년대 이야기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주짓수는 더이상 실전 최강 무술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주짓수의 그래플링 방식은 이제 널리 퍼지고 분석되어 어느정도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다. 타격계 선수들도 이제 타격만을 선호하지 않고 부수적으로 각종 그래플링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방어법을 습득하고 있다. 이제는 타격계 선수가 종합격투기에서 주짓수(그래플링) 선수를 만나더라도 이전처럼 맥없이 넘어져 패배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종합격투기 선수가 그래플링의 특성을 몰라서 주짓수 선수에게 패배하는 것은 주짓수가 강력하다기 보다는 해당 선수의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와 준비 부족이 원인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주짓수는 타격기를 제압하는 신비의 무술이 아니라 아니라 종합 격투기에서 살아남기에서는 당연히 배워야 하는 교양 과목 같은 무술이 되었다. 그 전에 복싱, 무에타이가 이종격투기의 필수 교양 과목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스트라이킥 계열이든 그래플링 계열이든 모든 격투기와 무술에는 각자의 특성을 담은 공격기법이 있고 그에 대응하는 방어 기법들이 있다. 동일한 신체 조건에서는 이 방어 기법을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추가로 주짓수의 암바, 초크, 삼각 조르기같은 기술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한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무적의 기술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막상 주짓수를 배워보면 각 기술에 대한 방어 및 역습 방법들은 다 마련되어 있다. 대응법을 모르거나 연습 부족으로 당하는 것 뿐이다.

얼마전 까지 주짓수를 5개월 정도 배우면서 느낀것은 정말 효율적으로 잘 만들어진 무술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주짓수의 진정한 강함은 무엇보다도 실전성을 잃지 않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 자체가 1:1 스파링 위주로 짜여있다는 것이다. 실전성에 대해서는 언제나 입에 오르내리는 무에타이나 복싱도 실전에 가까운 스파링 위주의 커리큘럼이 짜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최배달 선생님이 기존 가라데의 형식적인 쿠미테를 비판하며 풀 컨택트 방식의 극진 가라데를 창시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종합격투기를 보면(프라이드가 망해서 개인적으로 정말 슬프다.) 대부분의 무술들이 MMA형태로 통합되어가고 있다. 경쟁자들에게 뒤쳐지지 않기위해 끊임없이 상대들의 기법을 분석하고 흡수하고 계량되고 있다. 과거 실전성을 내세우던 무술들이 홍보를 위해 사용하던 독자적, 오랜전통 같은 수식어들은 이제 많이 무색한 이야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실전 최강 무술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계속 개량되어 살아남는 무술과 도태되어 없어지는 무술만 있을 뿐이다.

지금 종합격투기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무에타이, 킥복싱, 주짓수, 러시아 코만도 삼보(이건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텐데 효도르 형님하시는 거다.) 등등 실전성이 증명된 격투기들도 끝없는 개선과 개량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다른 무술과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마지막에 항상 나오는 명언(?) 마무리..

“무술이 강한게 아니라 쓰는 놈이 강한거다.”

그래, 내가 아무리 단련한다고 해도 고릴라를 이길 순 없는 거다.
고릴라의 350kg에 육박하는 악력에 뭐 하기도 전에 허리가 두동강 날테니……

PS.1 고 최배달 선생님에 대해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최배달 선생님도 결국 시대를 잘 타고 나서 그런것이지 그때 자칫 그래플러 만났으면 사정없이 당했을거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나도 어린시절에 이런 의문을 품고 있긴 했는데 어느 글(학생 시절에 읽은 거라 어디서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다.)을 읽고 쓸데 없는 생각이었구나 라고 느낀것이 최배달 선생님의 경우 가라데 바보라고 불릴정도로 한평생을 가라데 수련을 하는데 바쳤지만, 그렇다고 가라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적의 기술도 다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가라데 외에도 수많은 격투기와 무술을 탐구했다고 한다. 주짓수의 형제격인 유도에 관련해서도 기무라가 4단으로 인정했을 정도라고 하니 의심할 여지가 없는거 같다.

PS.2 최배달(최영의) : 한평생을 가라데 바보로 살아온 일대기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터무니 없는 괴물 무술인 -_-a;  네이버에 잘 정리되어있으니 그냥 링크~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7&contents_id=7712&leafId=

PS.3  기무라 마사히코 : 일본의 유도영웅, 엘리오 그레이시(주짓수 창시자)와의 대결로 주짓수와 인연이 있다. 주짓수에 팔을 요상하게 얽어매어 부러트리는 기무라 락이란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은 기무라와 엘리오 그레이시의 대결에서 기무라가 경기 시작 20여분만에 엘리오 그레이시의 양팔을 부러뜨릴 때 사용한 기술에서 유래 되었다. 그레이시 가문에서는 기무라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기술 이름을 기무라 락이라고 지었다고….

PS.4 엘리오 그레이시 : 주짓수의 창시자, 브라질로 이민온 일본인 유도가 마에다 미츠요에게 유술과 각종 격투 기법을 전수 받고 이것을 자신의 신체에 맞게(엘리오 그레이시는 평생 63키로를 넘어본 적이 없는 빈약한 신체였다고 한다.) 개량하면서 주짓수가 탄생하게 된다. 브라질로 이민온 마에다 마치요는 그레이시 가문의 장남 카를로스 그레이시에게 기술을 전수 했고 엘리오 그레이스는 이를 어깨넘어로 배우고 자기 방식으로 새로 정립했다. 그래서 주짓수도 카를로스 계열이 있고 엘리오 계열이 있다고 한다. 다만 카를로스보다 엘리오가 더 유명해진건 주짓수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힉슨과 호이슨이 엘리오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어깨넘어 배운 유술을 이정도로 개량해서 자식한테 물려주는 엘리오 그레이시의 위엄은 정말 쩐다. 부드러움으로 큰 힘을 제압한다는 유술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주짓수가 유도와는 다른 노선을 지향하게 된 것은 주짓수를 창시한 평생 63키로를 넘어본적이 없는 엘리오 그레이시의 신체적 특징이 반영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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